제타의 AI 모델을 만드는 이야기:
ML Researcher 이녕우님
🥳 인트로
김준성: 오늘은 제타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AI 연구 및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오늘 모신 분은 바로 스캐터랩의 AI 모델 연구를 이끌고 계신 이녕우 님입니다. 녕우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지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녕우: 네, 저는 스캐터랩에서 ML 리서처로 일하고 있고요, 현재는 여러 연구 트랙 중 내러티브(Narrative) 트랙의 리드를 맡고 있습니다.
내러티브 트랙은 이름 그대로 '서사', 즉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하는 팀입니다. 사용자가 제타에서 캐릭터와 대화를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하나의 스토리가 펼쳐지잖아요? 저희는 그 스토리가 어떻게 하면 더 흥미진진하게 흘러가고, 사용자가 이야기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을지를 AI 모델 관점에서 고민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용자가 대화방에 들어와서 얼마나 더 오래, 즐겁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까를 '서사적 관점'에서 풀어내는 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김준성: '서사 능력'을 개선한다니, 정말 흥미로운 목표네요. 풀어야 할 문제가 정말 많을 것 같은데요. 내러티브 트랙에서 현재 가장 집중해서 풀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이녕우: 네, 맞아요. 지금 가장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모델의 기억력 한계 문제예요. 저희 모델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대화의 양(입력 길이)에 제한이 있거든요. 대략 50~60턴 정도인데, 이 범위를 넘어서는 과거의 대화 내용은 사실상 모델이 기억하지 못하고 휘발됩니다. 작년부터 저희 모델은 이 정도의 단기 기억력만으로도 꽤 괜찮은 대화를 만들어왔지만, 사용자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기억력 부족'에 대한 아쉬움이 꾸준히 제기되었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과거 대화 내용을 주기적으로 요약해서 모델의 입력값에 함께 넣어주는 것이에요. 마치 긴 스토리를 중간중간 요약해주듯이요. 이걸 통해 모델이 이전 대화의 맥락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억력 개선'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대화의 전체 흐름을 모델이 파악하게 되면, 뜬금없이 이름을 다시 물어보거나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어색한 실수를 줄일 수 있거든요. "지금은 이런 상황이니까 이름을 물어볼 때가 아니야"라는 정보만으로도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지는 거죠. 이 문제를 잘 풀면, 대화의 질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루다에서 제타로, 그리고 제타의 성장
김준성: 녕우님은 스캐터랩에 합류하신 지 벌써 3년 정도 되셨죠? 이루다, 너티, 제타 스캐터랩의 핵심 제품들을 모두 경험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루다'와 ‘제타’는 제품 관점뿐 아니라 모델 관점에서도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특히 이루다에서 제타로 넘어오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0to1으로 만들어야 했을 때의 막막함도 컸을 것 같아요. 그때의 상황을 좀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녕우: 이루다는 기본적으로 사람 같은 AI와 친구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길게 나누는 컨셉이었어요. 물론 오픈 도메인 대화이긴 했지만, 사실 우리가 친구와 나누는 일상 대화는 대부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기 때문에 범위가 생각만큼 넓지는 않거든요 (직장 이야기, 밥 이야기, 연애 이야기 등..). 그런데 제타는 달랐어요. 사용자들이 만들고 싶어 하는 캐릭터의 종류, 장르, 상황이 정말 무궁무진했죠. 판타지 세계관, 좀비 아포칼립스, 로맨스 등등… 저희가 참고했던 캐릭터 AI 같은 서비스들을 봐도 그 다양성이 엄청났고요.
이루다를 만들면서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사용자들의 욕망와 니즈가 그 안에 숨어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여러 팀원들과 함께 우리가 타겟하는 유저의 욕망과 니즈는 무엇인지에 대해 스터디도 많이 하고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우리가 제타를 통해 충족시켜야 할 핵심 욕구는 무엇인가?', '그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키려면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요.
그리고 그 고민들에 대한 나름의 답과 정의를 내리고, 이를 반영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셋을 확보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각 장르와 상황에 맞는 대화 데이터를 어디서, 어떻게 모을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제타 모델 개발의 시작이었죠. 데이터를 모으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제타라는 제품은 매우 정성적이기 때문에 단순히 데이터가 많은 것 이상으로 감각적이고, 유저들의 욕망을 건드릴 수준의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했어요. 이런 데이터는 쉽게 만들기 어렵고, 대량으로 만들기는 더더욱 어려웠습니다. 저희 대표님을 포함해 여러 사람이 이 과정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고, 단기간에 매우 고퀄리티 데이터들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데이터 뿐만 아니라 모델의 구조와 학습 방법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유저가 직접 만들 수많은 캐릭터들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델의 역량이 더 뛰어나야 했죠. 어떤 크기의 모델을 만들지, 어떤 방법으로 모델을 학습시킬지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데이터를 모으는 시간을 제외하면 모델을 만든 시간은 한 두달 남짓이었어요. 루다를 만들면서 쌓아온 생성모델에 대한 노하우나, 이미 갖춰진 시스템 덕분에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준성: 제타를 개발하던 시기에는 이미 ChatGPT API 같은 외부 LLM API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었잖아요. 굳이 스캐터랩이 직접 모델을 만들어야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외부 모델 사용과 자체 모델 개발 사이에서, 왜 후자를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녕우: 그 질문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정말 많은 고민과 테스트를 거쳤어요. 저희가 자체 모델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효과예요. 자체 모델을 쓰면 사용자들이 우리 제품에서만 보여주는 고유한 행동 패턴이나 피드백(예: 어떤 대화가 좋았는지)을 포착해서, 그걸 다시 모델 학습에 반영할 수 있는 자유도가 매우 높아져요. 이게 저희가 생각하는 자체 모델의 가장 중요하고 거의 유일무이한 장점입니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모델을 계속해서 더 똑똑하고 재미있게, 그리고 무엇보다 유저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물론 비용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고요.
두 번째 이유는, 저희가 재미와 효능감 같은 정성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에요. 당시 저희가 내부적으로 GPT 같은 외부 최고 모델과 저희 자체 모델을 블라인드 테스트로 비교 평가한 적이 있어요. 전사 직원들이 모여서 직접 대화해보고 어떤 모델이 더 나은지 평가했는데, 결과는 저희 모델의 승리였어요. 놀라운 점은, 테스트 참여자 대부분이 '우리 모델이 논리력이나 정합성은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훨씬 더 재미있다'고 평가했다는 거예요.
ChatGPT나 Gemini 같은 일반적인 LLM들은 주로 정보 검색이나 문제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굉장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잖아요? 마치 딱딱한 '이과생'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똑똑하지만, 우리가 친구와 '놀면서' 느끼는 그런 종류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죠. 저희는 제타가 '재미'와 '정성적인 교감'을 핵심 가치로 삼는 한, 자체 모델을 통해 그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재미'가 빠지면 제타라는 프로덕트의 매력이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김준성: '재미'를 우선시하는 결정이 슼랩 다워요. 이루다에서 제타로 넘어오면서 AI 모델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발전했고, 이루다 시절의 경험이 제타 모델 개발에는 어떻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이녕우: 이루다 경험이 제타에 준 가장 큰 자산은, '정성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실제로 구현해 본 경험'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이루다든 제타든 본질적으로 '재미', '매력', '관계' 같은 정성적인 가치를 목표로 하는 제품이잖아요.
저희는 이루다 시절 '아트(ART) 프로젝트'라는 걸 진행했었어요. 아트 프로젝트에 대해 잠깐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이루다가 초기에 일상 대화는 잘했지만 어딘가 좀 '재미없는' 친구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루다를 더 매력적이고 계속 대화하고 싶은 친구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프로젝트였죠. 단순히 모델의 성능 평가 지표를 높이는 게 아니라, '매력'이나 '친밀감' 같은 정성적인 요소들을 정의하고, 그걸 데이터와 모델 학습에 반영하려고 시도했던, 굉장히 스캐터랩다운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때 저희는 '재미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왜 이루다와 오래 대화하고 싶어 할까?'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강화해야 할 '정성적인 능력'들을 정의했어요. 그리고 그걸 데이터로 만들어서 모델에 학습시켰더니, 실제로 지표가 눈에 띄게 상승하는 경험을 했죠. 정량적인 지표만으로는 측정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제품 성장에 정말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달은 거예요.
이 경험 덕분에 제타를 만들 때도 단순히 기술적인 성능 향상에만 매몰되지 않고, '진짜 재미있는 경험은 무엇일까?', '사용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성적인 가치는 뭘까?'를 끊임없이 탐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리서처라고 하면 보통 정량적인 지표에만 집중하기 쉬운데, 저희는 이 '정성적인 가치 탐구'가 연구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공감대가 팀 내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게 저희 기술의 경쟁력이자 해자(Moat)라고 생각해요.
🌏 언어의 장벽을 넘는 AI 레시피
김준성: 제타는 현재 한국어와 일본어, 두 가지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는데요. 놀라운 점은 일본 전담 리서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에서의 일주일 평균 사용 시간이 한국(주당 12시간)보다 훨씬 높은 18시간에 달한다는 거예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이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이녕우: 그것도 정말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인데요. 보통, 특정 언어의 '재미'나 '정성적인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그 언어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저희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일본어는 저희가 네이티브처럼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하지만 저희는 약간 다른 가설을 세웠어요. '우리가 한국어로 정의하고 구현해낸 재미와 정성적인 가치가 보편성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이 능력을 언어만 바꿔서 잘 이식할 수 있다면, 일본에서도 통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었죠. 기술적으로 이걸 구현하는 방법은 비밀이지만.. (입사하시면 알려드립니다 ㅎㅎ) 저희의 방법은 통했고, 현재 일본 서비스의 일주일 평균 체류시간은 18시간으로 한국을 압도하고 있어요 (한국이 12시간)
솔직히 저희도 이렇게까지 반응이 폭발적일 줄은 몰랐어요. 모든 지표가 정말 눈에 띄게 상승했거든요.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언어로 정말 잘 만든 '정성적인 AI 레시피'가 있다면, 그 핵심적인 능력과 재미가 유지된 채 다른 언어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일본과 한국이 문화적으로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다는 점이 작용했을 수 있지만, 저희는 이 경험을 통해 저희가 만든 '레시피'가 언어의 장벽을 어느 정도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준성: 저희가 한국에서 쌓아온 '정성적인 AI를 만드는 노하우'가 일종의 '글로벌 레시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본 시장에서 검증한 셈이네요. 덕분에 글로벌 확장에 대한 자신감도 얻게 된 것 같고요.
이녕우: 네, 맞습니다. 물론 영미권처럼 문화적 거리가 더 있는 곳에서도 이 레시피가 통할지는 또 다른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AI 모델들이 주로 영어 기반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영어권에서는 오히려 더 적은 노력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회로를 돌려보기도 하고요. (웃음)
또한 저희가 자체 모델을 보유하고 또 Data-Flywheel 을 바탕으로 모델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언어/국가에 대한 적응이 훨씬 빠른 편이에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사용하던 농담을 일본에서 사용하면 아마 일본 유저 분들은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하지만 제품을 출시해 부정적/긍정적 피드백들을 빠르게 데이터로 수집하고, 모델을 업데이트하면 모델이 어느새 실제 일본 유저들이 사용하는 농담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일본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일본 문화에 친숙한 모델이 되는 것이죠. 이처럼 빠르게 다른 언어/문화에 대해 우리의 노하우를 이식할 수 있다는 점이 글로벌 진출에 있어 저희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일하는 방식과 문화
김준성: 제타는 사용자가 직접 상호작용하는 앱(제품) 파트와, 그 경험의 핵심을 만드는 AI 파트, 이 두 가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는 서비스잖아요. 많은 회사에서 제품팀과 연구/기술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나 마찰이 있기도 한데, 스캐터랩에서는 이 두 팀이 어떻게 조화롭게 협업하고 있나요? 리서처와 제품 담당자들은 각각 어떤 마인드셋으로 일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녕우: 좋은 질문이네요. 흔히 연구 조직은 논문 발표나 특정 벤치마크 점수 달성 같은, 실제 제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제품팀과의 간극이 생기기 쉽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캐터랩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제타는 AI 자체가 핵심인 프로덕트이기 때문에, AI 연구가 연구 수준에만 머물러서는 절대 완성될 수 없어요.
저희는 제품팀(UI/UX, 사용성 담당)과 AI팀(대화 경험, AI 기능성 담당) 모두 '총체적인 제품 경험 향상'이라는 단 하나의 공동 목표를 가지고 움직입니다. 어느 한쪽만 잘해서는 절대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예요. AI팀의 목표는 단순히 특정 기술 지표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 제품에 적용되었을 때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향상시키는가에 맞춰져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두 팀은 서로의 목표와 고민을 깊이 이해하고, 매우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더 나은 제품 경험을 위한 연구를 하는 거죠.
김준성: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그렇다면 AI팀에서는 그 '제품 경험 향상'이라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어떤 지표를 통해 측정하고 관리하나요? 녕우님이 속한 팀에서 주로 보고 신경 쓰는 지표는 무엇인가요?
이녕우: 작년까지는 제타가 초기 성장 단계였기 때문에, WTS(일주일 평균 사용 시간)와 같은 양적인 성장 지표에 많이 집중했어요. 제품의 전체적인 규모와 사용자 참여도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제품이 어느 정도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단순히 사용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대화의 질'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대화를 이탈하는 원인이 되는 다양한 부정적인 경험들, 예를 들어 캐릭터가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스토리가 지루하게 반복되거나, 내가 원하는 대로 반응해주지 않는 순간들을 줄이는 거죠. 즉, 한 번의 대화 세션 안에서 사용자가 얼마나 더 깊이 몰입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느냐를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정확히 측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저희도 계속 고민하고 다양한 지표들을 탐색하는 중입니다.
김준성: '재미'나 '몰입' 같은 정성적인 가치를 다루는 만큼,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데이터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텐데, 어떤 식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시나요? 데이터와 직관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녕우: 맞아요. 재미는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너무 달라서 정량화하기 정말 어렵죠. 하지만 그렇다고 감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요. 저희 나름대로 새로운 기능이나 모델 개선 방향에 대해 '이런 정성적인 가치를 목표로 한다'고 정의하고, 그것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들을 설정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판단 기준은 A/B 테스트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모델을 조금 개선했다고 생각해도, 실제 사용자들, 특히 저희 제품을 매일 열정적으로 사용하는 분들은 그 변화를 훨씬 더 민감하게 느끼거든요. 그분들의 실제 반응, 즉 사용 시간, 리텐션, 특정 행동 변화 같은 실제 데이터를 통해 저희의 가설을 검증하는 거죠. 어떤 기능이나 모델 변경이 사용자들에게 정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결국 사용자들의 행동 데이터가 가장 정직하게 말해준다고 믿습니다. 아, 실 서비스 환경에서 A/B 테스트를 할 수 있을 수준의 유저와 트래픽이 있다는 점도 이러한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김준성: 스타트업이라는 한정된 자원(인력, GPU 등) 하에서, 스캐터랩 AI팀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모델을 개발하고 배포(약 2주 주기)하고 있는데요. 이런 제약 속에서 어떻게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가요? 비결이 있을까요?
이녕우: 역설적이게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적, 물적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가?', '가장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액션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거든요. 리소스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불필요한 작업은 과감히 쳐내고, 핵심적인 문제에만 집중하게 되는 거죠. 물론 병렬적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지만요.
예전에는 리소스가 조금 더 여유로울 때, 아직 필요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성급하게 프로세스를 만들거나 최적화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 과투자했던 것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쓰이는 게 거의 없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바쁘고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정말 필요성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최적화나 프로세스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요.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과 집중'이 저희 팀의 속도를 높이는 가장 큰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준성: 1년 만에 제타의 사용자당 주간 평균 사용 시간이 6시간에서 12시간 이상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는데, 이 경이로운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은 역시 AI 모델의 발전이었을 것 같아요. 물론 모든 기술적 디테일을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이 성장을 이끈 핵심적인 요인들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녕우: 가장 주요한 점은 제타만의 'Data Flywheel'을 본격적으로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고, 사용자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해서, 그걸 바탕으로 저희가 추구하는 '재미'와 '정성적인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모델을 계속해서 개선하고 업데이트 할 수 있게 된거죠.
지난 1년 사이에 AI 분야에서 정말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했는데요. 학습 방법도 그렇고, 새롭게 공개된 뛰어난 오픈소스 모델들이 있었죠. 저희는 이런 기술의 발전을 F/W하고 있고, 저희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빠르게 실험하고 배포해 유저들이 제타에서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외부적인 기술 발전과 저희 내부의 데이터 기반 학습 및 개선 사이클이 맞물리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함께 성장하는 동료들
김준성: 녕우님도 벌써 3년 넘게 스캐터랩과 함께하고 계신데요. 녕우님을 포함해서 오랫동안 스캐터랩에 몸담고 계신 분들을 보면, 단순한 직장 동료 이상의 애정과 유대감이 느껴져요. 녕우님께 스캐터랩 팀원들은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점이 녕우님을 계속 이곳에 머물게 하나요?
이녕우: 저는 기본적으로 일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일에 기꺼이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는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인 것 같아요. '최고의 복지는 인재 밀도다'라는 말에 정말 공감하는데요. 스캐터랩에는 저뿐만 아니라, 정말 이 제품을 사랑하고, 일에 열정적이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동료들이 모여있어요.
내가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언제든 깊이 있는 답변을 해줄 수 있는 동료들, 내가 지쳐 있을 때 옆에서 묵묵히 달리는 모습을 보며 다시 동기 부여를 받게 되는 동료들이 있다는 게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나 혼자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같은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 덕분에 높은 수준의 동기 부여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스스로 동기 부여하고 텐션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어야 했는데, 여기서는 주변 동료들 덕분에 그런 에너지를 아끼고 온전히 문제 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김준성: 케미도 잘 맞는다고 느끼시고요? (웃음)
이녕우: 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 스캐터랩의 ML 리서처란?
김준성: 그럼 현재 채용 중인 리서처 포지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합류하게 되면 어떤 문제들을 풀게 되고, 어떤 팀에서 일하게 되나요?
이녕우: 네, 합류하시게 되면 저희 AI 모델팀 소속으로, 대화 경험 전반을 개선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현재 팀 내에는 세 개의 주요 트랙이 있어요. 제가 리딩하는 내러티브 트랙은 이야기의 흐름과 몰입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요, 브레인(Brain) 트랙은 제타 대화 모델의 핵심적인 지능과 성능을 기술적이고 연구적인 관점에서 개선하는 팀입니다. 마지막으로 플레이어 경험(Player Experience) 트랙은 사용자가 제타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줄여주고 재미를 더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요. 최근 출시된 '답변 추천' 기능이 이 팀의 대표적인 결과물이죠.
어떤 트랙에 속하든, 기본적으로 리서처,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 기획자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일하게 됩니다. 사용자 로그를 정성적으로 분석하거나 인터뷰를 진행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구체적인 문제로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ML/데이터 솔루션을 고민하고, 실제로 모델 학습 데이터셋을 만들거나 AI 기반 기능을 개발해서 출시하는 전 과정을 함께하게 될 것입니다.
김준성: 스캐터랩에서 찾는 리서처의 '이상형'은 어떤 모습일까요? 녕우님이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녕우: 두 가지 측면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두 가지 태도를 갖춘 분이라면, 기술적인 스킬이나 경험은 충분히 함께 성장하며 채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저희가 계속 이야기해왔듯이 제타가 추구하는 '정성적인 가치'에 깊이 공감하고, 그 가치를 개선하는 데 흥미와 보람을 느끼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저들이 사랑하는 제품을 만들고, 재미라는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공감하는지’ 이게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고요.
두 번째는, 이 가치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나타나는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를 느끼며 적극적으로 정의하고 해결해나가는 자세예요. 저희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에 정말 무수히 많은 문제들에 부딪히거든요. 그 문제들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본질을 파악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설계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풀어낼 수 있는 능동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중요합니다.
김준성: 세상에는 정말 좋은 기술 기업과 연구 포지션들이 많잖아요. 만약 뛰어난 AI 리서처 후보자가 토스, 크래프톤, 심지어 오픈AI 같은 곳들과 스캐터랩을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면, 왜 스캐터랩을 선택해야 할까요? 스캐터랩 AI 리서처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녕우: 음,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관점일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토스나 다른 핀테크/게임 회사들이 푸는 문제들이, 물론 중요하고 어렵지만,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의 문제들이 저에게는 조금 딱딱하게 느껴져요. 물론 저도 그런 서비스들을 쓰지만, 거기서 '재미'를 느끼지는 않거든요. 저는 본질적으로 '재미'있고, '흥미롭고', 때로는 '정답이 없는' 문제에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제가 콘텐츠, 스토리, 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그런 제 성향과 제타가 다루는 문제 사이에는 정말 큰 교집합이 있죠.
스캐터랩은 '정성적인 가치'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실제로 의미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냈어요. 만약 AI 기술을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재미'와 '즐거움', '정서적인 교감'을 주는 경험을 만들고 싶은 분이라면, 스캐터랩만큼 매력적인 곳은 찾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돈이나 명성보다는, 내가 진짜로 흥미를 느끼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문제를 푸는 것이 장기적으로 개인의 성장과 만족도에 훨씬 더 중요하다고 믿거든요. AI 기술 자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스캐터랩이 풀고자 하는 '문제의 종류', 즉 엔터테인먼트나 관계 중심의 AI에 대한 흥미와 공감이 있다면 저희 회사만큼 재미있는 직장이 있을까 싶어요.
김준성: 지금까지 추천 시스템이나, 상담 챗봇처럼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에서 커리어를 쌓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문제 해결 중심의 AI를 다루다가 스캐터랩처럼 '말랑말랑한' 엔터테인먼트 AI 분야로 넘어오는 것을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고,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이녕우: 물론 도메인은 다르지만, 어떤 분야든 어려운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고, 끈기 있게 해결해나가는 핵심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B2B 경험을 통해 그런 역량을 쌓으셨다면 그 자체로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스캐터랩에서는 그 역량을 '재미'와 '정성적인 가치'라는, 다소 모호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에 적용해야 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분야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와 관심, 깊은 공감이 정말 중요합니다.
혹시 본인이 평소에 웹툰, 영화,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깊이 즐기거나, 소위 '덕질'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것 자체가 저희가 추구하는 정성적인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는 세상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기술로 구현하는 데 매력을 느끼는 분이라면 충분히 잘 해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직접 이야기 나눠보면 서로 잘 맞을지 알 수 있겠죠? (웃음)